사랑하는 앨범들에게 - Kraftwerk의 3D the Catalogue
By 김마카
Kraftwerk, 이 이름은 음악사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존재다. 이 밴드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끼쳐 신스팝이 대중화되고, 뉴 오더와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등 셀 수 없는 후배 뮤지션들이 신스팝을 장르로써 채용했다.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은 단순하다. 직관적인 비트 위에 단순한 신디사이저 코드들을 올리고, 그 위에서 랄프 휘터가 노래를 한다. 랄프 휘터의 음색은 빼어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사가 특출나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아니다.
랄프 휘터의 가사는 복잡하다기보단 단순하다. 하나의 오브젝트에 대해서 계속 반복하며 언급하고, 시보다는 마치 기계의 생성물같이 무감정하게 계속 단순하고 같은 단어들을 반복한다. 이렇게까지 한다면 이 밴드의 매력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음악은 놀라울만큼 중독성있고 또 테크닉적으로도 훌륭하다. 마치 클래식처럼 하나의 주제와 편성을 가지고 신디사이저를 전개해낸다. 중독성있고 반복적인 멜로디지만 앨범 내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기승전결을 가지는 그들의 음악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마법일 것이다.
다른 크라우트록 뮤지션들인 노이!, 파우스트와는 달리 크라프트베르크의 노래는 매우 충실한 송폼을 따르는 것도 한몫한다. 마치 앰비언트처럼 모든 곡이 흘러가지만, 그 안에 기승전결이 모두 담겨 있고 기존의 청자들도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특유의 중독성있지만, 방사능, 로봇, 철도와 같이 주제에 걸맞는 멜로디 또한 기존의 청자들이 앨범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이미 주제를 음악적으로 말할수 있으면서도 충분히 팝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것부터 칭찬할만하다. 아방가르드와 대중을 가르는 사이는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실험적인 뮤지션들이 찬사를 받는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실험적인 음악들은 기존의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물며 평론가들도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종종 사전적 지식이 필요하거나 아티스트의 해설이 가미된 해석 하에서만 가능할 정도로 예술과 대중의 거리는 멀다. 해석과 대중의 서정은 그만큼 먼 것이다.
하지만 크라프트베르크는 그 당시로써도, 지금 들어도 충분히 대중적으로 서정적이며 듣기 쉽고 단순한 멜로디를 전개하면서도 구조는 매우 아방가르드하고, 전개는 앰비언트와 같은 전위 음악과 유사하면서도 기존의 음악 문법을 깨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 오묘한 밸런스는 크라프트베르크가 신스팝이라는 오묘한 장르적 밸런스를 어떻게 창조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가장 큰 요소이다.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를 전부 모아 리마스터링하고, 새로운 이펙트까지 추가하며 새로운 아방가르드함을 추구하는 3D the Catalogue는 단순한 컴필레이션을 넘어선 무언가이다. 기존의 작업물들을 답습하기만 하는 것이 아닌, 대상물에 대한 그림을 추구하였던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관에 맞게, 새로운 이펙트와 공간감을 더하며 감상의 즐거움을 더했다. 이러한 끊임없는 시도는 이 앨범이 그저 컴필레이션이 아닌 크라프트베르크의 집대성이라는 이름 하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이들은 공간감과 경험마저도 음악의 한 요소로써 시도하기 위하여 이를 자신들의 음악에 통합시켰으며, 음악 감상 세션을 하나의 음악적 요소로써 사용하기 위한 일종의 새로운 실험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그들의 컴필레이션은 그들이 쌓은 자신들의 음악적 세계관을 확장시키려는 시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앨범 하나로 그들의 음악의 집대성을 한번에 느낄수 있음과 동시에 새로운 시도 또한 느낄수 있음에 이 앨범의 가치는 크라프트베르크의 디스코그래피 내에서도 매우 높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