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eFragments

사랑하는 앨범들에게 - Porter Robinson의 Worlds & Nurture

By 김마카

살면서 자신을 완성한 요소들에 대해서 곱씹어본적이 있는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이루는 음악의 세계에 대해서 한번쯤은 고찰해봤을 것이라고 감히 예측해본다.어떤 곡, 어떤 앨범, 어떤 시절의 사운드가 자신을 형성한 조각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말이다.

포터 로빈슨의 어린 시절은 여러모로 많은 음악에 노출되어 있었던 어린시절이였다. 2000년대의 향수와 새로운 기술이 만나는 그 지점. 락의 해가 저물고 새로운 음악이 태동하는 밀레니엄의 한 가운데에서 포터 로빈슨은 자라났다. 로빈슨은 어린 시절부터 많은 음악을 즐겼고, 그 중 로빈슨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단연코 일렉트로니카이다.

여러 아티스트의 일렉트로니카, 특히 일본 - 게임 음악과 밀접하게 연결된 일렉트로니카를 접한 로빈슨에게 이는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을 것이다. 현란한 테크닉과 화려한 구성의 일본 게임 음악 - 이하 동인 음악이라 칭하겠다. 는 로빈슨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로빈슨이 처음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할 때에도 그런 영향은 유효했다.

포터 로빈슨의 음악 세계는 단순하고 느슨한 주제 위에서 자신의 음악적 영향과 세계를 차분히 쌓아올린다. 그의 첫 메이저 데뷔 앨범인 Worlds는 디지털 세계라는 간단한 컨셉 위에서 유감 없이 그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보컬로이드, 아니메, 컴플렉스트로, 정교하게 짜여진 신디사이저 구성과 샘플링들이 트랙 하나하나를 돋보이게 한다.

이에 더 나아가, 단순히 잘 만든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투영하여, 열리고 사라지는 디지털 세계에 자신의 표현을 투영한다. 느슨하게 연결되었지만 각 곡은 하나의 거대한 챕터와도 같이 연결되며, 이 흐름은 마치 일렉트로니카 특유의 기승전결이 확실한 장르적 구조에 맞게 감정이 고조화되는 스토리 진행에 따라 하나의 컨셉트 앨범을 완성한다.

자신의 모든 요소들을 한데 기꺼이 버무리는 것을 넘어, 일렉트로팝과 메이저의 팝 성향을 섞일 수 없는 자신의 마이너 장르들과 함께 하나의 앨범으로 성공적으로 녹여낸 것에 대하여, 우리는 이것을 한 청년이 자신의 모든 것에 바치는 리스펙트라고 생각할 수 있다.

Nurture는 한발 더 나아가, 이것을 전부 녹여버려 한 곳에 융합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자아를 형성한 것들을 한데 피쳐링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의 주제로 삼고 좀 더 확실한 메시지를 녹여낼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과는 조금 더 동떨어진, 그렇지만 요소들을 더 한군데 버무림과 동시에 1집의 성공 사이에서 더욱 성장한 그의 프로듀싱 능력을 과시하듯 더욱 많은 음악적 요소를 도입하고, 더욱 익스페리멘탈해진 전개는 포터의 세계가 1집보다 훨씬 넓어졌음을 뜻한다.

이렇게 넓어진 풀 안에서 포터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그 안에서 앰비언트를 비롯한 정적인 음악들을 중간중간 삽입하며 천천히 장을 열고, 다시 신스팝을 통하여 자신의 우울증과 삶에 대해서 노래한 뒤, 깔끔한 일렉트로니카로 다시 기를 띄우는 구조를 반복한다.

담은 메시지도 우울증을 다루는 앨범 치고 따뜻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우울한것 - 혹은 따뜻한 것을 넘어 어딘가 우울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앨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직접적인 격려를 전하기보단, 간접적이고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가며 극복의 메시지를 곳곳에 심어 청자가 단순하고 오히려 오만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닌 되려 따뜻한 메시지를 곡을 들으며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 두 앨범은 단순히 한 아티스트의 성장기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다. Worlds와 Nurture는 각각 “세상의 창조”와 “자아의 회복”을 그려내며, 로빈슨의 예술적 궤적을 가장 투명하게 드러낸다.

이런 로빈슨의 세계와 음악의 발전, 자신의 세계가 열리고 발전하고 쌓아올려지는 것을 우리는 두 앨범을 통해 매우 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로빈슨은 그저 일렉트로니카만을 하는 아티스트가 아닌, 일렉트로니카 속에서 자신의 메시지와 추억들을 하나의 응집된 요소로 녹여낼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자 모든 것들에 대한 경의를 표할 수 있던 아티스트라고 평할 수 있다.